검은양이 생기게 된 이야기
이재헌 · 2026.09.26
2024년 을지로의 한 가맥집에서 강준서, 지동환, 이재헌 세명이 모였습니다. 당시 각자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창업학회를 경험 후 20대 초반으로 창업을 도전하고 있던 나이였고 종종 셋이 만나며 교류를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주변에 좋은 창업가들이 있으면 서로 소개해주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각자 2~3명씩 사람을 데려와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2024년 11월경 모임을 가지게 되었고 모임명은 ' 낙성대 회동 ' 이었습니다. 낙성대에서 모이는 모임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낙성대 모임이라는 이름을 지어 다 같이 만났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 여기서 절반 가량이 지금 검은양에 있습니다. ) 스타트업 창업을 진행하거나 준비하는 사람들, 벤처캐피탈에서 인턴으로 일하거나 심사역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주된 사람들이었습니다.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고 끝나지 않을까 걱정했던 이 모임은 생각보다 새벽까지 긴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참여했던 대부분의 인원들이 높은 만족도를 가지고 돌아갔고, 또 많은 사람들이 다시 모이게 될 시기를 지속적으로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첫 모임 이후에도 중간 중간 작게 사람들이 모이곤 했습니다. 결국 2025년 연말에 한번 더 크게 모이기로 했습니다. 각자 자유롭게 많은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는 형태로 시작했습니다. 규칙은 단 하나, 2000년 이후에 태어났을것. 놀랍게도 낙성대 앞 포차에 ' 112명 ' 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부터 이미 투자 유치를 마친 20대 대표들까지 모였습니다. 직접 초대를 토대로 운영되는 모임이다보니 좋은 분들이 많이 모일수 있었습니다. 매쉬업벤처스, 베이스벤처스를 포함한 다양한 VC의 후원도 받았구요. 이 자리에서 공동창업이 이뤄진 사례도 있고, 또 동료를 찾은 분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 흑백개발자 The 해커톤 ' 도 여기 모인 분들이 함께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겪으며 저는 (1) 같은 세대를 공유하면서 X (2) 창업 혹은 창작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 매우 수요가 높고, 유의미한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세대여야만 서로 이해하는 문제가 있고, 또 같은 창조의 영역에서 도전하는 사람들만 서로 이해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가설을 세웠습니다. 한편 낙성대 회동은 매우 좋은 모임이지만 제가 느꼈던 몇가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로 모임이 단발성에 그친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인원수가 늘어나니 사람간의 교류가 고밀도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소규모 x 반복적 x 고밀도 커뮤니티로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강준서가 ' 검은양 ' 이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양중에 검은양이 있는데 악동의 고유명사처럼 쓰이곤 하는데 그게 마치 우리들 같다는 말을 해줬습니다. 그 말에 크게 공감하게 되었고 검은양이라는 가치를 토대로 낙성대 회동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해결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강준서, 지동환, 이재헌 3인이 처음 검은양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또 기존 모임들의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아래의 규칙을 설정했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와야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를 데려올때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100% 추천으로 초대되며, 전원 동의시 합류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은 모임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 연령대 폭이 넓어지면서 세대간 단절이 이뤄진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만 수용하고, 30살이 넘으면 목장을 떠나는 형태로 운영하자고 합의했습니다.
사람이 한번에 급격하게 늘어나면 친밀도가 떨어지면서 모임이 흐지부지가 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격월에 한번씩 보면서 최대 1명만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또 전원이 동의해야만 검은양에 들어올수 있는 구조를 제안했습니다. 또 총 인원수를 30인으로 제한하여 (고등학교 반 한개 수준) 사람들간의 친밀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특정 학교, 특정 성비, 특정 섹터만 모이게 되면 대화가 그쪽으로만 흘러간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가급적 다양한 분들을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고 특정 인구통계학적 기준에 사람들이 치우치게 되면 완전 범주가 다른 분들을 모시려 노력합니다.
초기 양들은 대체로 창업, 투자, 스타트업에 모여있지만 가급적 창작이라는 범주 내에서 ( 예 : 예술, 음악, 연기, 체육 등 ) 사람들을 모으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참여 , 운영 비용이 높아서는 안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양치기라는 개념을 뒀습니다. 지원자가 없다면 격월로 모일때마다 어떤 것들을 할지 순서대로 지목된 한명이 제안하는 제도입니다. 한 사람 입장에서는 10명 기준으로도 1~2년에 한번 준비하는 수준이니 참여 비용이 높지 않을거라 판단했습니다. 양치기 이외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몸만 오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습니다.
또한 출석 제도 같은걸 만들지 않고 그냥 편할때 오는 모임을 지향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습니다.
또한 다양한 강권을 금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부담없이 올수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가지고 처음 검은양을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2025년 9월 처음 시작하여 2026년 현재까지 총 5회 가량의 모임을 진행했고 처음 4명이 현재는 11명까지 늘어났습니다. 모임에 재참여하는 비중은 90% 이상으로 별다른 경조사가 없다면 모두가 매 회차마다 참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놀라운 것중 하나는 모임을 진행할때마다 늦은 시간까지 다들 재밌게 즐기다가 간다는 점입니다.
2회차 강남역 에피소드에서 모이게 되었을때 절반 이상이 아침 6시까지 남아 대화를 했습니다. 3회차 광인회관에서 모이게 되었을때도 첫차 시간까지 다들 모여 대화를 나눴고, 5회차에서도 새벽까지 다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다가 떠났습니다. 어디에도 털어놓을수 없는 고민을, 또 어디에 털어놓더라도 100% 이해받지 못하는 고민을 수용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매우 큰 가치로 작용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검은양이 목표로 하는 것은 2000년대생중 올바르게 어긋난 이들의 상징이 되는 것입니다. 창업 생태계의 사람들을 넘어 문화 예술계에 있는 분들도 함께 하며 일종의 아이콘이 되고 싶습니다. 2026년 말에 큰 파티를 계획하고 있고, 또 동시에 매거진이나 블로그, 그리고 작은 공간들도 운영하며 올바르게 어긋난 사람들의 울타리가 되고자 합니다.
이재헌 남김
2026년 9월 26일 (토)